#리얼웨딩스토리

결혼식이 시작되고 모든 하객들의 이목이 가장 집중되는 순간, 주인공의 입장 장면일겁니다.이 부부의 결혼식에는 온 가족이 주인공이었습니다. 

신랑과 신부가 손 인사를 건네며 행진을 하고 ,양가 부모님들 역시 두 손을 꼭 잡고 웨딩 로드를 걸어가 혼주석에 자리를 잡았죠. 가족들이 한 목소리로 부른 축가까지.

결혼식은 가족 축제라는 의미를 다시금 되새긴 김은총님의 결혼식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Q. 두 사람에게 결혼식은 어떤 의미였나요?

저희 부부는 초중고 동창이랍니다. 오랜시간 서로를 인지하고 있었지만 친해진건 고등학교 3학년 수능이 끝난 후였죠. 졸업하고 성인이 되어서도 친구로도 남지 못할까 겁만 내다가 감정 표현을 제대로 할 줄 아는 어른이 되어서야 정식으로 교제를 시작했습니다.

결혼에 대한 확신이 없었을 때 부터 ‘우리가 결혼을 하게 된다면~’ 하는 상상을 하면 늘 행복했고 기뻤어요. 결혼에 대한 이야기가 구체화 되고 난 후부터는 이 결혼에 대한 저만의 로망을 이뤄내기 위한 전략을 세웠습니다.

다른 결혼식을 참석하면서 느꼈던건 개성있고 로망이 담긴 결혼식을 하기엔 한국의 보편적인 결혼식 문화에 대한 벽이 생각보다 높다는 것이었어요. 40분 내로 진행되는 짧은 식이지만 현실적인 상황 속에서 저 나름대로 ‘나만의 결혼식’에 대한 전략을 세웠죠.

저는 결혼식이 저와 남편의 둘만의 결혼식이라기 보다는 ‘가족 행사’라고 생각했어요. 우리나라에서 결혼식은 사실 부모님의 행사라고 불리기도 하고요. 그래서 오로지 저희 부부와 친구들만 즐거운 자리로 만들고 싶지 않았습니다. 부모님들의 지인도 많이 참석 하실테니 양가부모님의 웨딩로드 행진과 가족 축가를 준비했죠. 보통의 결혼식을 예상하고 있을 부모님들을 설득하기 위해 상견례 자리에서 프레젠테이션까지 했답니다.

걱정했던 것보다 긍정적으로 생각해주셨고 한 번에 오케이를 받아냈죠. 어머님들은 한복이 아닌 양장을 맞추기로 했어요. 제가 어릴때부터 어머니가 비즈니스 룩을 입은 모습을 자주 봤는데 같은 여자로서도 너무 멋있었거든요. 마치 제가 드레스 투어를 하듯 어머니들도 한껏 즐거워하시는 모습이 인상깊었어요. 양가 어머니가 아름답게 차려입은 모습에서 저의 낭만적인 결혼식 장면이 그려질만큼요.

Q. 그야말로 가족이 모두 함께 만든 결혼식, 추천하는 이유가 있다면요?

요즘 다양한 결혼식 입장을 하는 부부들이 많죠. 그 중에 제가 생각하기에 가장 의미있고 아름답다고 생각한게 양가 부모님의 입장이에요. 신랑 아버지는 결혼식의 시작과 끝까지 얼굴 한번 비출 기회가 없다는게 너무 아쉬웠어요. 제가 신랑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우리 아빠도 멋지게 차려입었는데 앉아만 있다니’ 싫을 것 같았죠. 게다가 과거에는 지금처럼 영상 촬영이 대중화 되어있지 않아서 자식들은 부모님의 결혼식 장면을 보는 것이 쉽지 않잖아요. 앨범 속 원판사진 두어장이 전부죠. 그래서 리마인드 웨딩이 유행하는 것 같기도 해요. 막연하게 저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제 결혼식을 통해 부모님께 선물을 해드린 것 같아요.

가장 추천하는 식순은 ‘가족 축가’ 입니다. 축가라고 하면 대충 예상되는 곡의 리스트와 분위기가있죠. 실력있는 지인을 섭외할 수도 있지만 저희는 가창력보다는 의미에 집중했습니다. 가족축가는 과정부터 남달라요. 부모님들도 ‘이 결혼식을 같이 준비하고 있구나’ 라는 기분을 들게 해주면서 연습 기간동안 소중한 추억을 만들 수 있었어요. 시댁 식구들은 이번 축가를 준비하면서 처음으로 함께 노래방을 가봤답니다. 내 가족의 노래를 처음 들어보는 귀한 시간이었죠. 신기해하며 서로의 영상을 남기기도 하고 벅찬 시간이었습니다.

Q. 양가 부모님의 입장 영상이 인스타그램에서 큰 인기였어요. 기억에 남는 반응들은 무엇인가요?

가장 기분 좋은 반응은 ‘결혼식에 대한 로망도 없었고, 비혼주의자 였지만 처음으로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이야기였어요.

또 자식을 둔 어머니들께서도 DM을 주셨는데 ‘우리 자식도 이런 결혼식을 올렸으면 좋겠다’는 말도 하셨어요. ‘개성과 가족의 의미를 살린 결혼식 문화를 다시금 생각하게 해주었다’ 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아, 이렇게 결혼식을 올리길 잘했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해진 대로 흘러가는 결혼식이 아닌 완전히 우리 스타일의 결혼식을 준비하던 그 모든 과정이 경이로웠어요.